낭만백수의 일상은 코로나19의 직격탄에 단조롭기 그지없다.
그동안 부족했던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채워야 하고 또 건강을 위해 하루 만보 이상을 걷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다.
특히 운동을 나갈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곳을 찾아야 하고 시간대도 오전 10시 이후 한적한 때를 맞추어야 한다. 오늘은 한적한 길을 나섰다. 고물상들이 즐비하고 샷시 창호와 씽크대 가공 공장들이 늘어선 길이었다.
2시간이 넘는 길 부지런히 걸어가며 혼자 중얼 중얼 비맞은 누구 처럼 세상 걱정 많이도 했다.
새로 옮긴 안동역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길 씽크대 가공 공장 앞에 버려진 예쁜 나무 토막을 발견하고 사장님께 가져가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가져가란다. 씽크대 상부장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를 버려둔 것이란다.
집에 돌아와 무얼 만들까 궁리하다가 낭만백수의 일과 중 하나인 주방 설거지 보조등을 만들기로 했다.
제작 과정은 대충 이렇다.(준비물은 3인치 4W LED 매입등 3개, 1개당 가격 7,000원)
1. 나무 판지에 지름 7cm 크기의 동그란 구멍을 3개 그린다.
2. 그려진 원 위에 전기드릴로 구멍을 수 십차례 내어 파낸다.(물론 타공을 위한 도구가 있으면 바로 할 수 있고 또 직쏘라는 공구가 있으면 아주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낭만백수는 아직 그런 공구를 장만하지 못했다.)
3. 구멍을 낸 자리에 구입해 온 LED 매입등을 꽂은 후 스위치를 연결하고 전선을 정리한다.
4. 씽크대 적당한 위치에 고정하여 장착한 후 전선을 연결한다.(고정은 경첩을 사용했다.)
5. 4W LED등 3개 총 12W 밝기의 보조등이 제법 그럴듯하게 달렸다.
6. 낭만백수의 어설픈 솜씨이지만 씽크대 위가 환하게 밝으니 마음까지 밝아온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이 침침해지니 그릇들이 깨끗이 닦였는지 아니면 이물질이 묻었는지 늘 걱정스러웠다. 행여나 손주들이 와서 할아버지집이 지저분하다고 또 그릇들이 불결하다고 핀잔을 듣지 않을 정도로 훤~하게 밝게 되었으니 오랜만에 기분이 상쾌하다.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 본 전력 용량 대비 밝은 환경을 이웃들에게 권해보고 싶다.
오늘의 미션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