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정의를 알려준 분 지학순주교
그 분이 거닐고 외쳤던 곳 원동성당과 길 건너편 교구청 주변엔 세상을 외면한 듯 적막함이 가득하다.
1971년 10월 강원도 원주시 원동 주교좌 성당에서는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사회정의 구현과 부정부패 규탄대회를 열었는데 3일 동안 사제, 수도자, 평신도, 민주주의를 열망한 시민들이 함께 하였고 한국 천주교회의 주교가 처음으로 앞장서서 사회악과 부정부패에 저항하고 나선 큰 사건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만들어졌고 부패한 정부를 향해 늘 정의의 편에 서서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의를 외치는 함성도 오래가면 퇴색되는 걸까? 온갖 억측이 난무하며 진실이 감춰지고 정의가 수학여행 떠나버린 요즘 같은 세상에 한 목소리로 정부를 향해 소리쳐 주면 좋으련만 전국의 시위마다 단골로 앞장서던 사제들이 도통 얼굴을 볼 수 없으니 피정가서 기도만 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꿀을 많이 먹어 입이 붙어 버렸단 말인가? 참으로 묘한 일이다.
2005년 2월 부산 천성산 터널 공사를 막기 위해 단식 투쟁했던 지율 승려를 기억한다. 환경을 지킨다는 명목아래 터널을 뚫으면 굴착공사 중 ‘프리 그라우팅’ 공법을 쓴다해도 길이 20km에 이르는 장대터널이 천성산 일대의 지하수 흐름에 심각한 변화·왜곡을 가져오고 특히 천성산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층늪지 지형이므로 유달리 피해가 심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공사를 못하게 막았다.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100일간의 단식 그러나 많은 댓가를 치른 끝에 공사는 마무리 되었고 KTX열차는 오늘도 쉼없이 달리고 있다. 완공된 후 지하수가 유출되어 사고가 난 일은 내 기억속에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된 것일까?
환경 단체들이 주장하는 일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단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주길 바랄 뿐이다.
전국에 열풍처럼 건설되고 있는 태양광 시설들은 과연 친환경적이고 미래를 대비한 무공해 시설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 주변을 관심있게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어린아이도 알 수 있다.
민주와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후세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스스로 자문해 보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어도 하늘은 그의 속마음을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 민주주의의 성지로 일컬어지던 원주시 원동 성당 앞에서 오늘의 현실을 겹쳐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