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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불평 속에 사나요...

by 信泉 2020. 4. 25.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진 권경욱씨는

2002년 고향인 의성군 옥산면을 떠나 상주에 있는 공립 특수학교인 상희학교 중학부 과정에 입학했다.

고령의 할머니와 함께 학교 가까이에 셋방을 얻어 생활했으나 얼마 가지 못해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었다.

틈틈이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는 여동생이 찾아와 도와 주었으나

농사일로 바쁜데다가 먼 길을 버스를 몇번 갈아타고 왕래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시간은 경욱씨 혼자 자취 생활로 지내게 되었다.

당시 상희학교에 근무했던 나는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그이지만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행복해 하며 생활하는 모습에 사제간의 돈독한 정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늘 걱정되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늘 밝은 표정으로 두 발을 의지해 밥을 짓고 숟가락질도 잘하고 식사와 뒷정리를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혼자서 허리띠를 채울 수 없어 언제나 고무줄이 꿰인 바지를 즐겨 입고 다녔다.

하지만 그의 삶은 늘 기뻐했고 긍정의 힘으로 가득했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부터 3년이 지난 후 나는 다른 학교로 잠시 이동을 했다가 전문직으로 전직을 했고 한 동안 소식이 뜸 했었다.

후에 연락하니 경욱씨는 경주 위덕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여 대학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했다. 

경욱씨에게 있어서 컴퓨터는 세계를 열어주는 창이었다. 비록 두 발로 조작하는 키보드와 마우스, 온몸에 힘을 싣는 어둔한 몸짓이지만 또박 또박 준비하여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전국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까페를 운영했다.

때론 장애우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글을 싣기도 하고 장애우의 권익을 찾아주려는 애틋한 마음도 담아 냈다.

위덕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고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경욱씨가 운전하기에 적합하도록 특수하게 개조된 발로 조작하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게 되었다. 이제 마흔을 넘은 중년의 권경욱씨 그의 끝없는 도전과 성취는 계속될 것이기에 응원의 박수를 힘껏 보낸다.

<한겨레 신문에 실렸던 사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