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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무 네가 부럽구나
信泉
2021. 2. 6. 18:58
산 속 오솔길에서 만난 굽은 나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버림받았을 녀석
미끈한 놈들은 부름받아 구중궁궐에 자라잡았건만
못난 모습 신세 한탄 하던 너는 고향 선산 지킴이가 되었구나
아니야 이 사람아 미끈한 몸 뽐내던 놈들 부러울게 없다네
자넬 보며 으시대던 놈들은 모조리 목베임을 당했지
때론 목수의 자귀질에 살점이 뜯기고 영차 영차 무딘 톱날에 온 몸이 조각났어
못난 모습이라며 신세 타령하던 자네는 고향도 지키고 생명도 부지했단 말일세
난세에 영웅 나듯 요즘 부쩍 등 굽은 자네가 더 생각나네
입만 번지르르 말 잘하고 미끈하게 생긴 놈들 제 잘난듯 설치고 있지만
머잖아 그놈들 밑둥엔 도목수의 자귀질과 톱날의 밀고 당김이 몰려올걸세
몰골은 볼품 없으나 한적한 오솔길에 자리한 자네의 등굽은 모습이 오늘따라 더 아름답네
키 큰 놈, 잘 생긴 놈, 빽 있는 놈 부러워할게 무엔가
굼벵이 친구삼고 가랑잎 이불삼아 주렸지만 맘 편히 산 자네가 최고지
모난돌이 정 맞듯 미디어를 장식하는 사건마다 톡 톡 튀어나오는 모사꾼들
천방지축 날 뛰다가 도목수 자귀질 맛 제대로 한 번 보면 자네 팔자를 부러워 할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