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미안하다.
지나온 길 힘들었을텐데
왜 이야기 하지 않았니
어금니 꽈~악 물고 참느라 고생했다.
친구야 이제 꽃 길만 가자
쌈지돈 탈탈 털어 작은 일터 차렸었는데
밀려오던 일감도 썰물 처럼 빠져나가고
식솔들 밥줄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니
쓰라린 맘 헤아리지 못해 면목없다.
친구야 이제 꽃 길만 가자
창너머 산이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단다.
날마다 보았건만 산은 보이지 않았지
이웃 집 지붕만 뚫어지게 쳐다본 둔한 나
저 산을 찾았으니 새 목표가 생겼단다.
친구야 이제 꽃 길만 가자
어둔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양 어깨 짓누르는 불황의 늪도 끝이 나겠지
찌든 작업복 너덜한 워카는 자네의 훈장이야
월급 밀린 직원 도닥이며 웃을 날 곧 올꺼야
친구야 이제 꽃길만 가자
친구야 함께가자 네 짐, 내 짐 등에 지고
통고무신 자갈밭길 걷던 시절 기억하며
갈라진 살 쓰라려도 하염없이 가자꾸나
넘어지면 일어서고 자빠지면 기어가자
친구야 이제 꽃길만 남았다.